[사설] 루비오 장관 방한 전격 취소, 한·미 관계 우려 불식해야

입력 2025-07-04 01:20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외교장관회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옆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AF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닷새를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루비오 장관은 오는 10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8일 방한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정부가 루비오 장관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었던 점에 비춰 자칫 이달 내 양국 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 관계의 이상 기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은 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방미에 따른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에 루비오 장관이 배석해야 한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방미는 지난달 말 공개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방한이 임박해서야 우리 측에 취소를 통보한 건 예사롭지 않다. 루비오 장관의 일본 방문도 함께 취소되긴 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일 워싱턴에서 일본 외무상과 만났고 ARF에서 다시 회동할 예정이다. 우리의 경우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일본과 처지가 다르다.

그래서 양국 간 관세 및 방위비 협상이 지지부진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도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대미 관세 협상이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이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이 대통령 참석을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방한 취소가 발표된 점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1 외교 정책이자 관세 전쟁의 목적이 중국 패권 저지란 점에서 한국에 실망감을 표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우려한다”는 이례적인 입장문을 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및 나토 정상회의 등 국제무대에서도 양국 정상은 회동을 못했다. 취임 초 원활한 내치와 달리 한·미 관계는 왠지 아귀가 잘 안 맞는 느낌이다. 외교와 안보의 근간은 누가 뭐래도 한·미동맹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국과의 관계 및 경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진정한 국익 기반 실용외교다. 통상에서 속도를 내고 전승절 문제는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