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통 18조 쓴 李정부… 여야 공방 전망

입력 2025-07-04 00:34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달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18조원에 육박하는 급전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3일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한은에서 17조9000억원을 일시차입했다. 앞서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한은에 갚아야 했던 대출잔액 55조원을 모두 상환했다. 따라서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새로 빌린 17조9000억원이 전부다. 상반기 일시차입 누적 금액은 8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조6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전부터 정부는 세입·세출 사이의 시차로 인해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경우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월급날 전에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개인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다.

일시차입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2022년 34조2000억원이던 연간 일시차입 규모는 2023년 117조6000억원을 거쳐 지난해 173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온 이번 정부에서도 일시차입 의존은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간 공방도 역할만 바뀌어 재현될 전망이다. 지난 윤석열정부에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일시차입 급증이 “감세 정책의 실패”라고 공격해왔다. 박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한은 일시차입을 비판했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18조원을 꺼내 쓴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