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밝히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골반이 전환되지 않는 장애가 있다.”
지난달 29일 전북 군산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에서 막을 내린 KPGA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한 옥태훈(27·금강주택)은 대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불과 1주일 전,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지만, 당시 우승자 인터뷰에서 옥태훈은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 건 ‘스윙 이후 피니시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지는 원인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옥태훈은 “골반이 정상인보다 많이 말려 있다. 처음엔 몰랐다. 양반 다리가 안 되면서 알게 됐다”며 “그 때문에 피니시가 잘 안 넘어간다. 궁여지책으로 펀치샷처럼 스윙을 하게 돼 마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는 옥태훈이 해외 투어 진출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몸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홀어머니다. 옥태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최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건강은 많이 호전됐지만 어머니를 두고 해외로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옥태훈은 “해외투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안 세워봤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안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했다.
2018년에 KPGA투어에 데뷔한 옥태훈은 2022년에 제주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에서 우승이 있긴 했지만 지난 6년간은 올해와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이었다. 그는 그 원인을 ‘멘털’에서 찾았다.
옥태훈은 “골프는 멘털 게임이라고 하는데 그걸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전까지는 경기가 안 풀리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골프는 항상 끝나면 후회한다’고 하는데 경기가 끝나고 복기해보면 욱하는 감정이나 실수했을 때 표정 변화 등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부분을 줄이다 보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난 연습량도 2주 연속 우승의 원동력이다. 타고난 재능에 의지하던 20대 초반 때와 달라졌다. 옥태훈은 “정말 많이 연습한다.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 골퍼다. 연습장 불이 꺼질 때까지 연습한다”고 했다.
옥태훈의 오늘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은인이 많다. 우선 스윙 코치 겸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김종필 프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나 2년 전 염동훈 프로에게 보낼 때까지 옥태훈을 지도했다. 거기다가 아들 규태씨까지 퍼팅 인스트럭터로 합류했다. 한 마디로 2대에 걸쳐 옥태훈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옥태훈은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힘들고 지칠 때면 습관적으로 프로님을 찾게 된다”고 했다.
자신과 김 프로를 만나게 해준 선친의 절친 솔라고CC 박경재 회장,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에 입문해 2년간 지도해준 정행규 프로도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다.
6년간 동계 전지훈련을 함께한 문경준(42·NH농협), 김봉섭(42), 최이삭(44) 등 선배 프로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옥태훈은 동계 전훈서 선배들의 샷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말썽꾸러기였던 나를 때로는 엄하게 꾸짖으며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배님들”이라며 “늘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했다.
KPGA투어는 군산CC 오픈을 마치고 2개월여 기나긴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옥태훈은 “그 기간에 몸 관리 잘하고 샷도 좀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시즌 초반 밝혔던 3승 목표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옥태훈은 “올 시즌 최종 목표인 3승은 포기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며 “우선 하반기에 출전하는 모든 대회 컷 통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옥태훈은 컷 통과를 목표로 했던 대회서 모두 우승했던 터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