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에 남는 낙인, 환자 인권 위협” [인터뷰]

입력 2025-07-03 18:36 수정 2025-07-03 20:15

안기종(사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3일 국민일보와 만나 “의무기록지는 환자의 진료와 관련된 정보만 기록해야 하며, 환자의 성격이나 행동을 평가하는 용도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부정적 정보를 공유하면 다른 의료진에게도 그 정보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심리적 위축감과 불안을 준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서울대병원의 ‘리마인더’ 기능의 경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내 불필요한 정보를 기입해 특정 환자에 대해 ‘진상 환자’로 주관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안 대표는 “중증 환자나 만성질환자는 한 병원을 오래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진상 환자로 낙인찍힐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실제 치료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로 ‘권력의 불균형’을 꼽았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고, 환자는 의료진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을(乙)’의 위치에 있다. 안 대표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진료의 질이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환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상 환자에게도 자기결정권과 비밀보호권, 피해구제신청권 등이 보장돼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안 대표는 “진료기록에 남는 낙인은 단순한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 인권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며 “의무기록지의 투명성을 위해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기록에 남은 부정적 평가는 환자에게 심리적 위축과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안 대표는 우려했다. 그는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정된 기록과 원본 기록을 구분해 발급하고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