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야유… 난장판 된 내란재판, ‘고발 경고장’ 등장

입력 2025-07-03 19:06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소란 행위 시 퇴거 및 고발 조치 안내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본관 곳곳에 최근 이 같은 제목의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시위용품을 흔드는 등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즉시 퇴거 조치가 이뤄지며, 불응 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재판을 포함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이 한 주에만 세 차례씩 진행되면서 법원이 또 다른 전장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고검 청사에 자리잡은 특검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법원은 부담이 하나 더 늘었다.

법원 측은 매주 윤 전 대통령 재판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침부터 재판 종료까지 법원 관계자들이 정문에서 출입하는 사람의 가방 안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위험한 물품 반입도 금지한다. 3일 열린 재판에서도 “빨갱이는 빨리 꺼져라” “(법원 문을) 열어 줘”를 외치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앞에 경찰들이 대기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법원 관계자는 “보안관리대원들이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고검 청사 사무실을 쓰는 내란 특검이 지난 1일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하겠다고 밝히자 법원은 바로 옆 검찰청 방향으로 나 있는 정문을 그날 하루 폐쇄키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인파가 법원 쪽으로 넘어올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한 것이다. 예정돼 있던 조사가 5일로 연기되며 폐쇄 조치는 오전 9시 해제됐지만 앞으로 주요 인물이 소환될 때마다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부장판사는 “실시간으로 바뀌는 수사 일정에도 신경 써야 하니 청사 관리부서의 고생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 상황은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심리하는 법정에서는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절차 제대로 밟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재판부 진행 문제가) 심하니까 그렇지” 등을 외치며 항의하다 경고를 받는 장면이 반복됐다. 그다음 날인 26일 재판에서도 김 전 장관 지지자 30여명은 출석한 증인이 변호인 측 신문에 대답할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당신이 뭘 아는데 그런 식으로 증언하느냐’는 식의 야유를 보냈다. 검찰 측이 “증인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이들의 야유는 반복됐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