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부모 없이 집에 남겨졌던 어린 자매 2명이 숨졌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불과 9일 전에도 부산에서 유사한 화재로 또 다른 어린 자매가 참변을 당했고, 지난 3월에는 인천에서 혼자 집에 있던 초등학생이 화재로 숨졌다. 공통점은 아이들만 집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이만 남겨지는 현실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왔다. 맞벌이나 생계유지가 아동 안전보다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고는 묻는다. 생계유지가 아이의 안전과 생명보다 앞설 수 있는가.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게 타당한가. 이제 ‘혼자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
미국은 아동을 혼자 두는 행위를 아동학대로 간주하고 법으로 금지한다. 예컨대 메릴랜드주는 8세 미만, 일리노이주는 14세 미만 아동을 혼자 두면 처벌받는다. 부모가 자녀를 혼자 두었다가 화재나 사고로 이어지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사회 전반에도 아동 보호 인식이 강해,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가 이뤄진다. 동시에 방과 후 돌봄, 야간·주말 보육, 저소득층 대상 보육 바우처 등 다양한 제도가 촘촘히 운영된다. 제도가 뒷받침되니 ‘아이를 혼자 두지 말라’는 원칙이 현실에서도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돌봄 시스템은 평일 낮 시간에 집중돼 있다. 야간이나 긴급 상황엔 부모가 책임져야 하고, 저소득층일수록 사각지대는 깊다. 그 결과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혼자 방치되고, 참사가 이어진다. 정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필요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동 보호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사회, 그것이 비극을 멈추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