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기자회견에 담긴 소통 의지, 용두사미 되지 않기를

입력 2025-07-04 01:30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취임 30일에 맞춰 열렸다. 통상 100일에 하던 것을 앞당긴 이유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들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할 때 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의 비결”을 물었고, “매주 서너 번씩 직접 시민을 찾아가고 야당과 만나는 것”이란 답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소통을 늘리려는 모습은 지난 한 달의 행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예고 없이 시장과 식당을 찾고, 타운홀 미팅을 열고, SNS에 수시로 글을 올리며, 야당과도 일찌감치 자리한 연장선에서 이른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반가운 상황인 동시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 늘 충돌하면서도 매일같이 취재진 앞에서 질문에 답하는 건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한국 대통령의 뉴노멀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정 전반에 걸쳐 쏟아진 질문에 답변을 내놨다. 부동산 정책을 묻자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했고, 검찰 개편은 “추석 전에 얼개가 나올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방침을 강조했다. “대미 관세 협상이 쉽지는 않다” “의정 갈등은 제일 자신 없던 분야”라며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더불어민주당이 의회와 행정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 대해 “덜 싫어서 선택한 면이 있음을 안다”면서 민심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국정 현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의 절반에 해당한다. 소통은 쌍방향일 때 비로소 완성되니, 나머지 절반은 그 설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이제부터 대통령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분야 참모들이 여론을 세밀히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며 국정의 줄기를 다듬어가야 한다. 특히 부동산이나 검찰 개편처럼 민생과 직결되고 갈등 소지가 큰 문제일수록 더욱 예민하게 민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소통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폐쇄적 청와대의 불통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사태를 빚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소통 행보와 달리 임기 중 기자회견 횟수가 사실상 10차례 안팎에 그쳤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 문답을 돌연 중단했다. 국정에 이상기류가 찾아오는 시점은 소통의 퇴색과 묘하게 겹치곤 했으니, 정권의 성공은 결국 소통에 달린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달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