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설렐 때지만 주일 강단을 비워야 쉴 수 있는 목회자들은 고민이 커진다. 교인을 두고 교회를 떠나기 쉽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목회하는 동료 목사와 강단을 잠시 바꾸는 ‘교환목회’가 주목받고 있다. 사역지를 서로 바꿔 설교함으로써 영적 재충전을 도모하고 목회의 시각을 대폭 넓히는 계기로 삼는다.
경기도 고양 예수인교회 민찬기 목사와 프랑스 파리선한장로교회 성원용 목사는 지난달 말부터 3주 동안 교환목회를 하고 있다. 이 기간 두 목회자는 낯선 곳에서 주일 설교를 감당하고 다른 사역은 잠시 내려놓으며 쉼을 얻는다.
민 목사는 3일 “20년이 넘도록 전적으로 쉬기만 하는 휴가 대신 강단 교류를 통해 다른 신앙 공동체 목회를 배우고 쉼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도 캐나다 프랑스 등 15곳 해외 한인교회 목회자와 교류하며 교환목회를 경험했다.
민 목사는 “나를 포함해 많은 담임 목회자들이 안식년이나 안식월이 있어도 교인을 두고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 편칠 않다”며 “강단 교류를 통한 교환목회는 한 명의 목회자가 설교를 맡기 때문에 일정 기간 여러 명의 강사가 설교를 돌아가면서 하는 방식보다 교인들에게 안정감 있는 목양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나라의 목회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중에 체육관으로 변신하는 예수인교회 본당은 교환목회의 결실이다. 민 목사가 미국으로 교환목회를 갔을 당시 방문했던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했다.
민 목사는 “교회에 마련된 배드민턴장이나 골프연습장 등은 외국 교회를 견학하며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시설들”이라며 “문화를 체험하고 휴식을 즐기며 견문을 넓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단 목회자와 소통하며 연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유익하다. 민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이지만 그와 강단을 교류하는 성 목사는 예장통합 소속이다.
그동안 민 목사가 찾았던 여러 교회도 각각 다른 교단 배경을 가지고 있다. 민 목사는 “교단을 넘어서는 열린 사고로 다양한 예배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현대인을 품기 위해서는 ‘내 교단’에 갇히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선한장로교회 성 목사는 지난달 29일 고양 예수인교회 오후 예배에서 첫 설교를 했다. 성 목사는 “서로 교단이 다른 목회자인데 민 목사님이 먼저 교환목회를 제안한 게 인상적이었다”며 “교단 간 연합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성 목사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예수인교회 설교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여러 집회와 예배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교회의 변화된 환경과 동향도 배울 수 있어 기대된다”면서 “한국에 있는 동료 목회자들과 소통하거나 가족을 만날 수도 있어 일거양득”라고 말했다.
국내 교환목회도 좋은 대안이다.
박창건 제주 동홍교회 목사는 6년 전 장봉생 서울 서대문교회 목사와 교환목회를 했다. 장 목사는 제주도에 내려와 청소년을 위한 수련회를 인도했고, 박 목사는 서대문교회에서 주일 1~4부 설교를 했다. 박 목사는 “서울에서의 목회 경험을 통해 오히려 내 사역을 재점검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권선제일교회를 비롯해 서울 광염교회, 익산 기쁨의교회 등의 목회자와도 다양한 교류를 해 왔다.
박 목사는 “다른 지역에 있는 목회자들은 제주에서 쉼을 누릴 수 있고 나는 도시 목회를 경험하는 기회였다”며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목회 현장에서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른 교회의 예배 운영이나 시스템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교환목회를 할 때 유의할 점은 없을까. 박 목사는 “사전에 목회자 간 신학적 입장을 살피고 깊이 있는 교제를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환목회는 목회자들 사이에 인격적인 교제가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신학적 가치관이나 목회관에서도 충돌이 없어야 장기간 서로의 강단을 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