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구글 제미나이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죽은 인터넷 이론이 현실이 될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양쪽 모두 ‘딥리서치’ 기능을 활용했다. 두 생성형 AI는 열심히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했고, 몇 분 만에 근사한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제미나이는 이 내용으로 7분짜리 팟캐스트 방송을 창조했다. 팟캐스트는 진짜 방송 진행자와 패널이 하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재미도 있었다. 새삼 생성형 AI의 발전에 감탄했다. 생성형 AI만 있으면 글, 영상, 음성 등 어떤 종류의 콘텐츠도 마음먹은 대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현실이 됐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일종의 음모론이다. 2020년대 초반 일부 커뮤니티에서 회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활동과 올라오는 콘텐츠 대부분이 실제 사람이 아닌 봇(bot)을 통해 자동 생성된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기관 등이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조작에 봇들을 동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관점이 바뀌었다. 이젠 누가 조작하는지가 아니라 누가 만든 콘텐츠가 인터넷을 채우는지가 중요하게 됐다. 지난 5월 구글이 동영상 생성 도구인 비오3(VEO3)를 선보인 후 유튜브에는 이를 활용한 쇼츠가 넘쳐난다. 비오3는 사실적인 영상에 더해 소리까지 함께 만들어준다.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으로 완결된 영상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영상으로 수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우리가 보는 수많은 쇼츠나 동영상 중 상당수가 AI의 창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글로벌 보안 기업 임퍼바의 ‘2025 악성 봇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화된 봇의 활동이 웹 전체 트래픽의 51%를 차지했다. 인간의 활동(49%)을 추월한 것으로, 인터넷은 봇들의 활동이 더 활발한 세상이 됐다. 인간의 활동이 기계보다 적은 플랫폼을 두고 ‘살아 있는’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크리에이터의 80% 이상이 작업의 일정 부분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전체 온라인 콘텐츠의 90% 이상이 AI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AI가 효율적인 수단을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의적인 콘텐츠’까지 넘볼 상황이다. 인간이 지금처럼 콘텐츠를 생산해도 AI의 속도를 따라가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치라면 ‘판단력’일 테다. AI가 만들었는지, 가짜 정보는 없는지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의 발전은 눈부시지만, 여전히 가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보여줄 정도로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2024년 회자됐던 ‘새우 예수’ 사례다. 당시 페이스북 등을 중심으로 예수의 얼굴과 새우를 합성한 게시물이 나돌았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게시물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새우 예수 게시물을 만든 것도, 몰려가 댓글을 단 것도 모두 봇들이었다.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AI가 이를 대량 유통시키는 구조는 이미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AI는 인류가 쌓은 지식을 학습하며 발전해 왔다.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정보의 기반은 인간의 지식이었다. 하지만 AI 콘텐츠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 AI는 자신이 생성한 정보를 학습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 세상에선 사실인 것처럼 돌아다닐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AI 리터러시’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본 게 누가 만든 건지, 담고 있는 정보는 진짜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죽은 인터넷’에서 살게 될 것이다.
김준엽 디지털뉴스센터 콘텐츠랩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