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치인과 일회용 플라스틱

입력 2025-07-04 00:40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려 애쓴 문재인정부도 된통 비판 받은 적이 있다. 취임 초인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참모진과 청와대에서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대통령실의 격의 없는 소통 장면을 홍보하려던 것인데, 이들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었다. 청와대는 이튿날 환경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 일을 계기로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권이 바뀐 뒤엔 이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5월 대통령실 야외 정원에서 간담회를 할 때 테이블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물병이 잔뜩 놓여진 사진이 공개됐다. “이전 정부에선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 일 때문이었는지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6월 해외 순방 때 천 소재 에코백을 들고 비행기 트랙에 올랐다. 백에 ‘Byebye Plastic Bags(일회용 비닐봉투여 안녕)’이란 글씨도 쓰여 있었다.

이재명정부는 어떨까. 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현충일 추념식 뒤 서울현충원 인근 재래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여기서 식료품을 사면서 상인이 주는 비닐봉투를 사양하고 미리 챙겨온 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갔다.

매년 7월 3일은 ‘국제 비닐봉투 없는 날’이다. 환경오염과 미세 플라스틱 공해의 주범인 일회용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고 에코백, 장바구니, 텀블러 등을 갖고 다니자는 캠페인이다. 이 대통령도 어제 이 캠페인을 언급하면서 내년 중 먹는샘물과 음료류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한 달 만에 이런 정책을 내놨는데, 앞으로 갈수록 더 강력한 탈(脫)플라스틱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다른 정치인들도 탈플라스틱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여론 수렴차 들른 노점에서 먹거리를 사거나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든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면 환경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의 지지는 덤으로 딸려올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