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힘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11년째 경남교육 수장을 맡고 있는 그의 근본적 교육철학이다. 박 교육감은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기르고 공동체 정신에 바탕한 교육의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경남교육의 전반적 방향과 계획은.
“우리 사회는 저출생, 지역소멸, 청년실업, 교육격차라는 복합적 위기에 놓여있고 이런 현실에서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 올해를 경남교육 새 100년의 출발점으로 삼고 미래를 여는 교육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 첫째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진로교육원을 개원하고 빅데이터·AI 기반 학습 플랫폼 ‘아이톡톡’, 미래교육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미래 교육 체제를 만들고 있다. 둘째,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다. 학교는 민주 시민의 첫 배움터가 돼야한다.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 중심의 민주적 학교 운영을 실현하겠다. 셋째, 공공성을 살리는 교육이다. 지난 10년간 무상급식, 방과후학교, 수학여행비, 교복비 등을 지원하며 학부모의 부담을 줄였다. 그 결과 교육비 부담률은 26.78%에서 7.12%까지 낮아졌고, 지원금 규모도 4배 가까이 늘었다. 넷째, 지역을 지키는 교육이다. 농어촌 교육력 강화를 위해 ‘작은학교 살리기’, ‘경남공동학교’를 확대 운영할 것이다.”
-공약 이행 상황은.
“공약은 도민과의 소중한 약속이며 최선을 다해 끝까지 지키겠다. 민선 8기 교육감 공약사업은 현재 연도별 이행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전체 41개 공약 중 38개가 완료됐거나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2024년 말 기준 재정 집행률은 46.44%다. 올해 말까지 90%, 2026년 상반기에는 99%까지 집행될 예정이다. 학교 노후시설 개선, 창원 교육단지 내 생태숲 조성 등 재정 규모가 큰 사업들도 계획에 맞춰 완료될 것이다.”
-박 교육감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
“교육은 아이들에게 삶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일이라 믿는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자립과 공존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할 줄 아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며 책임이다. 교육은 입시 등 무한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교육감직 수행 이후 경남교육이 달라진 점은.
“지난 10년은 퇴색됐던 교육의 본질을 되찾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지켜내기 위한 도전의 시간이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배우는 교육,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실현해 왔다는 점이다. 교육 복지의 실질적 확장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다졌다. 또 교실 수업의 본질을 회복하며 미래를 여는 교육으로 전환했다. 배움중심수업과 과정중심평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탐구할 수 있는 수업 문화를 만들었다. 빅데이터-AI 기반의 학습플랫폼 아이톡톡, 미래교육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교육혁신의 핵심이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도 구축했다. 행복학교, 미래교육지구를 통해 학생이 교육의 중심이 되고 교사는 협력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교육생태계를 조성했다.”
-사교육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교육 강화 방안은.
“지난 3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이 처음으로 29조원을 넘어섰고, 1년 새 2조원 넘게 늘었다. 교육만으로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교육이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부터 바꿔가는 게 우리 책무다. 경남교육은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 공공성과 미래 지향성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기초학력 보장을 강화해 어떤 아이도 학습 출발선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고 있다. 진로·진학 체계도 강화했고 돌봄의 공공성도 강화하고 있다.”
-경남교육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입시 중심 경쟁체제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다. 우리 교육은 입시 중심의 경쟁구조, 사교육 의존이라는 두터운 벽 앞에 놓여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의 위기다. 경남은 초등학교 중 작은학교(학생 수 60명 이하) 비율이 지난 3월 기준 37.3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군 지역의 작은학교 비율은 75.3%에 달한다. 아이들이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 누구나 차별 없이 질 높은 배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남교육 구성원, 학부모,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교사를 지키는 일이 곧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며 교육을 지키는 일이다. 교육 현장에서 또다시 전해진 안타까운 비보에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전해진 교사의 비극적인 소식에 교육자로서, 그리고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교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정당하게 가르칠 수 있는 권리, 아이들이 존중받으며 배울 수 있는 교실, 너무도 당연한 교육의 조건이다. 고인의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경남교육은 교육 본질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
창원=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