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독백

입력 2025-07-04 00:10

어두워지는 도시를 버스를 타고 달린다
피곤한 몸으로 달린다 아직도 아침과 같이
일들은 저쪽에 쌓여 있고 내일도 내일의 깨끗한
어둠도 어둠 속에 쌓여 있다 우리들은
어둠 속으로 달리는 차와 함께 달린다 어둠이 넌지시
손을 들고 있다 어깨를 펴고 우리는 그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 도대체 우리는 무엇 하려고 사는가
잠 속에선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것인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으리라 허나 누가 대답해
줄 것인가 잠은 말을 가지지 못한 것을 말은
달리는 버스 속에, 질문하는 자의 슬픈 질문 속에
불치의 환자처럼 누워 있는 것을

-최하림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