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불개미가 출몰했다. 할머니는 “난리가 나던 해에도 불개미가 많았다”며 걱정한다. 할머니의 ‘난리’는 ‘전쟁’이다. 손녀 온이는 할머니에게 6·25 전쟁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가장 문제였다. 차가 있는 집마다 전쟁 나면 태워달라고 부탁하러 나선다. 친구는 온이가 고자질쟁이라고, 슈퍼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늘 험담만 한다면서 거절한다. 시무룩해진 온이에게 대형 슈퍼에서 일하는 언니가 카트 하나 빼 와서 할아버지를 싣고 가겠다고 약속한다. 걱정을 던 온이는 질문을 쏟아낸다. 고자질, 흉보는 거, 훔치는 거 중 뭐가 제일 나빠요? 언니는 말한다. “전쟁 일으키는 게 제일 나쁘지.”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나더라도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도 전쟁은 싫다. 평화가 좋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