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 2030년을 2020년으로 가져왔다.” 이 말은 한참 코로나의 여파가 심하던 2021년 10월 김난도 교수 등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읽은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당시 팬데믹이 준 영향은 단지 질병으로서의 의미만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사회는 무섭게 변해갔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 거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속성을 잃고 분절된 상태로 10년 후를 당겨왔다는 말이다. 변화라는 것은 그래프가 가파르냐 완만하냐의 차이는 있지만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2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김 교수는 그러한 연속성이 없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 말이다.
2016년 우리에게 충격을 준 사회적 이슈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연초 다보스포럼에서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말이 나왔을 때만 해도 성급한 판단이라는 얘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해 3월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4대 1로 패한 뒤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이 사회는 급하게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로 몰아쳐 들어갔다. 그런데 4년이 지난 2020년 이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말았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그 단어로 정의가 안 되는 변화를 겪은 것이다.
이제 5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는 정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몇 달이 멀다 하고 발표되는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다 좇아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AI 시대를 맞이했다. 언론을 통해 보면 이 AI의 시대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처음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개인들이 실제로 써볼 수 있는 AI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실감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통역이 이뤄지고, 말로써 기계들이 제어되고, 그림을 그려주고 영상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정말 마술을 대하는 듯한 신기함을 맛본다. 그런데 이런 신기함을 경험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진행되면 정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2023년 3월 미국의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가 주도해 6개월간 AI 개발을 중단하자는 서한을 냈다. 이 서한에는 당시 AI 개발에 앞장서 있었고 시대를 움직여 간다고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AI 석학 요슈아 벤지오, 작가 유발 하라리 등 세계적인 인사 100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렇게 빠르게 개발되면 결국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표했고, 잠시나마 개발을 중단하고 규제를 마련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현실화되지 못했고 AI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진보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학생이 논문 준비를 AI의 도움으로 해오는 경우가 있다. AI로 했다는 것은 교수가 보면 다 안다. 학생의 능력 이상으로 너무 훌륭하게 짜왔다면 AI가 한 것이 맞는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어떻게 지도할지 갈등이 생긴다. AI의 도움을 받았지만 잘 만들어왔는데 ‘비윤리적’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적당히 활용하라고 할 것인지, 지혜롭게 잘 활용하라고 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이 사회는 기술의 빠른 변화에 어떤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정해야 한다.
결국 기술에 대한 통제 가능성의 문제이고 윤리적인 문제다. 과연 인간은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AI에게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왔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