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문학의 경계를 넘는 실험 ‘GOAT’

입력 2025-07-04 00:35

두 달 동안 일본 도쿄에 머물렀다. K-북 진흥회 레지던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언어의 벽, 문화적 시차, 일본 문학의 현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거리 서점에서 열린 교류회 이후, 소학관 편집자 가시와바라씨는 아직 발매되지 않은 ‘GOAT’ 2호를 조심스레 건넸다. 문학이 국경을 넘는 방식은 그렇게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GOAT’는 창간호만으로 4쇄, 5만부를 찍었다. 종이 문예지의 쇠퇴 속에서 거둔 이례적 성과다. 2호의 주제는 ‘악’과 ‘여행’. 아사이 료의 단편과 나치즘 좌담, 성우 인터뷰, 만화, 에세이까지 장르를 넘나든다. ‘책 안의 책’ 같은 섹션 구성과 520쪽을 510엔에 담아낸 편집은 대중성과 밀도를 함께 겨냥한다.

특히 마스코트 ‘고트쿤’의 존재는 문예지에 캐주얼한 색을 입힌다. 진중한 톤을 선호하는 독자에겐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자면 이 실험은 분명 유효하다. 지금 ‘GOAT’가 질문하는 건 문학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만들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발매 전 3호의 표지 시안이었다. 일본 작가들 사이로 한국 시인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편집 자체를 공동 기획의 공간으로 삼는 시도였다. 한 권의 문예지가 더 이상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 실험이 얼마나 깊이 있는 교류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한국 문예지도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 좋은 문학만으론 독자에게 닿기 어렵다. 쉽게 읽힌다고 얕은 문학은 아니며, 실험적인 형식이 반드시 난해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국경을 넘는 언어, 실험성과 대중성 사이, 문학성과 접근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문예지를 만들어갈 것인가. ‘GOAT’는 이미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