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링 열풍’이 뜨겁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의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는 최근 인기 캐릭터 제품의 국내 오프라인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매장에 이른 시간부터 오픈런 행렬이 닥치고 뛰어드는 인파가 몰리며 안전 우려가 커져서다. 새벽부터 긴 대기 줄을 모은 것은 ‘라부부’ 키링 시리즈였다. 오픈런으로도 살 수 없게 되자 2만1000원에 판매되던 ‘라부부 더 몬스터즈 하이라이트 시리즈의 충성 키링’은 무신사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16만원을 넘어서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 사이에서 키링이 ‘개성 소비’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려는 소비 심리를 반영하는 트렌드다. 산업계뿐 아니라 음악·유통·출판 등까지 키링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키링이 굿즈시장에서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백꾸(가방 꾸미기) 열풍’과 연관이 깊다. K팝 스타 등 셀럽들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블랙핑크 리사는 루이비통 가방에 키링 여러 개를 달고 찍은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고, 아이들 민니도 미우미우 가방에 라부부 키링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셀럽들의 명품백부터 일상 속 데일리백까지, 키링을 조합해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산됐다.
음악 산업에선 키링을 앨범 포맷으로 활용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K팝 아이돌 NCT 위시가 자체 캐릭터 ‘위츄’를 인형 키링 형태로 제작한 앨범이 대표적이다. 키링 뒤편 지퍼를 열면 NFC CD가 들어있는 구성으로, 정가 3만원대였던 앨범은 현재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라이즈, 제이홉 등 다른 아티스트들도 키링 형태의 앨범을 출시하며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열풍에 동참했다. CU는 지난달 11일 인기 캐릭터 ‘가나디’와 협업한 바나나 우유를 출시했다. 병뚜껑을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작해 차별성을 더했다. 2300원이라는 가격에 ‘가나디’ 키링을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출시 이틀 만에 3만개가 완판됐고, 두 차례 재입고분도 모두 소진됐다.
출판업계에서도 키링을 주력 굿즈로 삼았다.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영사는 독서 밈(meme)이 적힌 키링을 선보였다. ‘과시용 독서도 독서다’, ‘좋아하는 책만 읽기 협회’ 등의 문구가 적힌 키링은 매일 구매 대기표가 빠르게 마감됐고, 5일간 총 5000개가 넘는 수량이 모두 팔렸다. 김영사 관계자는 “SNS 감성을 담고 가격을 낮춰 큰 호응을 얻었다”며 “도서전 한정 굿즈라는 점도 소장 욕구를 자극했던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키링 열풍을 개성 표현과 소장 욕구, 그리고 감정적 만족감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소비문화로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링은 나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외부에 드러나는 장식이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희소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부캐’ 문화와 ‘희귀템’ 수집 욕구가 맞물려 키링을 마치 ‘나의 분신’처럼 느끼기도 한다”며 “유행이 퍼지면서 동참하게 되는 밴드왜건 효과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