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밥을 해먹기도, 외식을 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지난달 물가 집계 대상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85%가량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외식 물가마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며 ‘집밥’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각각 0.39% 포인트, 0.44% 포인트로 가공식품과 외식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0.83% 포인트 끌어올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가공식품 물가다. 1년 전과 비교해 4.6%나 뛰어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률(2.2%)을 배 이상 웃돌았다.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84.9%인 62개 품목의 물가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 중 10% 이상 오른 품목도 14개 품목이나 된다. 상승폭이 가장 컸던 오징어채와 같은 경우 1년 사이 48.7%나 가격이 급등했다. 요리에 필수인 양념소스(21.3%)나 고추장(14.2%) 식초(11.3%) 등 조미료 역시 만만찮게 올랐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김치(14.2%) 커피(12.4%) 맛김(12.0%) 시리얼(11.6%) 햄·베이컨(8.1%) 빵(6.4%) 가격도 많이 올랐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출고가가 인상된 품목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겹치면서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을 올린 영향이 컸다. 동서식품은 최근 6개월 사이 두 차례나 커피믹스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는 지난 2~4월 라면, 컵밥, 후추, 식초, 3분 카레 등 각종 제품 가격표를 올려 썼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등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과 아이스크림 등 수십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들 기업들은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도 1년 전보다 3.1% 오르며 5개월 연속 3%를 넘겼다. 외식 물가는 지난 1월 2.9%에서 2월 3.0%로 올랐고 5개월째 3%대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더해 인건비, 배달앱 수수료 등이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조미료와 식재료비 인상분까지 판매 가격에 반영될 경우 향후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고공 행진 중인 가공식품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를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의 구조적 상황이 먹거리 물가를 쉽게 끌어내리지 못해 당분간은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먹거리 시장은 국내 농산물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으면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폐쇄적인 구조”라며 “시장을 좀 더 열면 가격이 그나마 느리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윤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