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계속될 경우 3년 내 석유화학 업체 절반이 도산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 주최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은 이미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파트너는 그 배경으로 높은 수출 의존도와 그로 인해 폴리에틸렌 등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통하는 범용 제품에만 치중하다 보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에 소홀했고, 그 사이에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에 제품 경쟁력까지 추월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불황에 손을 놓고 있다가는 3년 뒤 석유화학 업체 절반만 지속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산단 별로 1~2개 업체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연관된 2차·3차 공급업체(벤더)가 연쇄 도산하면서 지방 상권 붕괴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김 파트너는 일본 기업들이 내년부터 2028년까지 자국 내 에틸렌 설비 총량의 36%에 해당하는 240만t을 감산키로 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들도 가동률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의 공급이 많은 울산, 대산(서산)과 기초 유분 위주인 여수 등 산업단지별로 각각 다른 방향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다양한 지원 요구가 나왔다.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은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정부 지원과 해외기업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적자가 누적된 국내 석유화학사 체력만으로는 기술 투자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 시 공정거래 이슈 불확실성 조기 해소, 설비 양수·양도 시 세제 지원, 사업재편 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하는 데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후속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걸 위해서는 대주주를 포함한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수익성 개선 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