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한국산 제품 입지도 더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 미국 수입시장 상위 10개국 중 대(對)미국 수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일 공개한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수입 시장 수출 경합 구조의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417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수입 상위 10개국 중 대미 수출이 감소한 건 중국(-0.9%)과 한국뿐이었다. 한국은 수출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 순위도 7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대미 수출은 특히 자동차 및 부품(-24.3억 달러), 기계류(-5.7억 달러), 화학제품(-4.2억 달러), 반도체(-3.8억 달러) 등 주력 품목에서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자동차·부품은 베트남, 기계류는 멕시코와 대만, 화학제품은 중국이 한국을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과의 수출경합도(수출 품목의 유사 정도를 측정해 경합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를 분석한 결과 멕시코, 인도가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했다고 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과 지난해의 수출경합도 및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비교했을 때 두 국가는 점유율이 확대되고 수출경합도도 동시에 상승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오는 8일 종료되면 미국 수입시장 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1~3위 국가는 일본 독일 멕시코 순이다. 다만 보고서는 상호관세 부과 정도에 따라 경합도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 수입시장 규모의 감소와 함께 경합 품목 중심으로 경쟁 양상이 바뀔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25%)보다 높은 상호관세가 예고된 중국 베트남 대만 인도의 경우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중심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과 독일에 한국보다 낮은 관세가 매겨질 경우 기계류 등에서 한국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김규원 무협 수석연구원은 “기업 차원에서는 생산 거점을 다양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해 과세 기준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대체 가능성이 낮은 품목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