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중심 찬송가, 한국교회 연합·화합의 귀중한 열매

입력 2025-07-05 03:09
서울 종로구 한국찬송가공회 내부에 설치된 한국 찬송가 역사 도표 모습. 한국찬송가공회 제공

1960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은 예장고신과 함께 새찬송가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세 가지 편찬 원칙을 수립했다. 첫째 ‘신편찬송가’를 기초로 한다. 둘째 구미 각국 찬송가의 원작 작사·작곡·출판 역사를 세밀히 조사해 원곡에서 직접 번역한다. 셋째 미비점을 보완해 완전한 찬송가집을 제작한다. 예장 합동과 고신은 새찬송가 제작 시 보수 진영의 대표적 찬송가라는 의식을 갖고 곡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번역 과정에서도 원문에서 직접 번역하면서 가사에 담긴 신학적 내용까지 세심하게 검토했다. 이런 노력으로 62년 12월 671곡의 찬송과 53편의 교독문으로 구성된 ‘새찬송가’가 출간됐다.

63년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예장통합 성결교 기독교연합회는 찬송가 개편에 합의하고 제작에 나서 67년 ‘개편찬송가’를 8개 원칙을 정하고 편찬했다. 중첩된 것을 단일화하고 국가나 민요 등 곡조와 가사 등은 재검토하기로 했다. 종류별로 편찬하는 데 유의하며 예배용 찬송을 보강했다. 또 특정 예배 때 사용할 찬송을 보충하며 전통적 우리 찬송을 보강했다. 교독문과 가사도 모두 재검토했다.

개편찬송가의 편집을 살펴보면 총 600장에서 371편은 합동찬송가에서, 229편은 새롭게 편집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인 창작찬송 27곡, 영미권 예배찬송가 30여편, 독일찬송가 40여편 등이 선곡됐으며 후에 성결교를 배려해 부흥성가에서 20편을 부록으로 보충, 최종 620장으로 출판됐다. 새찬송가와 개편찬송가는 합동찬송가와 함께 83년 통일찬송가 편찬의 중요한 핵심 원자료였다.

83년 11월 발간된 통일찬송가는 한국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20여개 교단이 최초로 초교파적 합의를 통해 공동 사용하기로 결의하고 출판한 찬송가이다. 60년대 한국교회는 합동찬송가 새찬송가 개편찬송가 등 세 가지 찬송가를 제각각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통일된 찬송가의 필요성이 제기돼 76년 7월 21일 찬송가합동추진위원회에서 세 찬송가를 통합 편집하기로 결의했다.

77년 2월 3일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는 찬송가합동추진위원회를 조직했고 1981년 4월 9일 한국찬송가공회로 개칭했다. 각각 개편찬송가와 새찬송가의 판권을 소유한 두 위원회가 판권연합체를 형성해 교회연합기관인 한국찬송가공회를 설립하고 통일찬송가를 출간했다. 83년 출간된 통일찬송가는 2006년 ‘21세기 새찬송가’가 발간되기까지 23년간 한국교회 예배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96년 한국찬송가공회는 각 교단 파송위원과 신학자 종교음악가 목회자 문학자 등으로 찬송가 개발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500여 차례의 위원회 모임과 10여년간의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21세기 새찬송가를 출간했다. 한국인 창작 찬송 128곡을 대폭 보강하고 교회력에 따른 새로운 편집을 시도했다. 교독문은 통일찬송가의 76개에서 137개로 확대했고 영미권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찬송가를 폭넓게 수록했다. 특히 통일찬송가 출간 23년 만에 현대 표준어 어법에 맞춘 가사 수정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21세기 새찬송가는 통일찬송가에 이어 한국교회 연합의 소중한 결실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성도가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하며 한국교회 일치의 희망을 보여주는 전령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21세기 새찬송가는 한국교회 공동체의 연합 정신을 구현한 상징적 산물이다. 교단의 경계를 초월해 하나 된 예배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한국교회의 비전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대표적 한국 찬송가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았다. 찬송가는 한국 선교 역사 속에서 130년 넘게 한국교회 성도의 신앙생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찬송가는 예배의 중심축이자 신앙고백의 매개체로 신앙 공동체의 연합과 화합의 상징이었다. 이는 한국 찬송가의 편찬과 보급, 활용을 위해 헌신해 온 수많은 선교사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의 노력과 비전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 유산을 이어받아 새 시대에 걸맞은 찬송가 발전을 이루어야 할 사명이 후대에 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찬송가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어제와 오늘, 내일도 변함없이 하나님께 찬송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용남 한국찬송가공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