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할까 소금 먹으며 버텨… 더위 두려운 길 위 노동자들

입력 2025-07-03 02:08 수정 2025-07-03 02:08

2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터리 공사현장 앞. 보행안전도우미 양모(58)씨는 경광봉을 들고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벗어나지 않도록 안내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9도까지 치솟은 날이었지만 양씨는 긴팔 차림에 넥워머, 마스크, 안전모까지 착용했다. 그는 “4시간 정도 서 있어야 하는데 낮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와 힘들다”며 “땀이 많이 나서 소금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생계 때문에 폭염에도 일을 놓지 못한다. 서울 영등포구 한 음식점 앞에서 만난 배달라이더 50대 황모씨는 “날씨도 더운 데다 오토바이까지 뜨거워져 다리와 엉덩이에 화상 위험이 있다”며 “애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나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사장에서 만난 A씨는 안전모에 긴팔 작업복을 입은 채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밤늦도록 얼굴에선 땀방울이 쉬지 않고 흘렀다. A씨는 “특수 공사여서 안전과 연계된 작업복을 벗을 수 없다”고 말했다.

50대 중반 환경미화원 B씨는 안전모 대신 자외선 차단 모자를 쓰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었다. 그는 “이 날씨에 안전모까지 쓰면 버틸 수 없다”며 “가벼운 모자를 따로 구매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도 폭염에 걱정이 많다.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만난 윤성근(68)씨 방 안은 슬레이트 지붕에 달궈져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일부 쪽방 건물에는 복도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가동은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기요금을 집주인이 부담하고 있어 에어컨 가동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쪽방촌 건물주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가동률은 낮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무더위 쉼터’의 경우에도 이용시간이 오후 6시까지여서 열대야가 닥치면 속수무책이다.

기상청은 이날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더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폭염 일수(일평균 33도 이상)와 열대야 일수는 크게 늘어났다. 2015~2024년 연간 폭염 일수는 평균 16.3일로 집계돼 평년보다 5.3일 많았다.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도 평균 11일로 평년보다 4.4일 많았다. 기상청은 “폭염과 열대야가 거의 없던 5~6월과 9월에도 이른 더위와 늦더위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이현 이찬희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