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K-2 전차 180대를 폴란드에 공급하는 2차 수출계약이 2일 체결됐다.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성사된 방산 수출이다. 세부 계약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67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 달하는 역대 최대 단일 방산 수출건이 될 전망이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현대로템과 K-2 전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방위사업청은 “양국 정부 고위급이 참석해 계약 체결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부가 계약 체결일과 방식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2022년 체결된 K-2 전차 1차 수출계약 때와 공급대수는 180대로 같지만 계약 액수는 당시 약 4조5000억원의 2배 수준에 달한다. 1차 계약 때는 완제품만 수출했지만 이번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폴란드 현지에서 개량한 기종인 K-2PL 을 공급하기로 했다.
수출 물량 180대 중 117대는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개량된 수출용 전차인 K-2GF다. 현대로템이 생산해 인도한다.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 생산하는 K-2PL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량형 모델인 K-2PL 생산으로 인한 기술이전 비용이 포함되고, 유지·보수·운영(MRO) 비중이 커지면서 1차 계약 때보다 액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개량과 현지 생산이 결합한 이번 계약은 방산 수출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 국가들이 재무장에 나서면서 단순 구매보다 현지 생산이 포함된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번 기술이전 사례는 이 같은 수요에 완벽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핵심 수입처로 한국을 택했다. 그해 무기체계 4종(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을 패키지로 도입하는 124억 달러(약 16조8400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엔 K-9 자주포를, 2024년엔 천무를 추가로 들여오는 2차 계약을 체결했다. K-2 전차 역시 지난해 순조롭게 2차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차 개량과 현지 생산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길어졌다.
이번 K-2 전차 수출 합의는 이재명정부에서 성사된 첫 대규모 방산 계약이다. 방사청은 “우리 정부는 새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군사협력을 한결같이 약속했다”며 “방산·수출·금융을 아우르는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폴란드와의 돈독한 신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