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원장 안철수 “코마 상태 당 반드시 살려낼 것”

입력 2025-07-02 18:40 수정 2025-07-03 00:05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왼쪽) 의원이 2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코마(의식불명) 상태의 국민의힘,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선 참패 후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국민의힘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안철수 의원이 내정됐다. 당내 유일한 수도권 4선으로 개혁적 성향을 지녔으면서도 계파가 없다는 점이 인선 배경으로 거론된다. 대선후보급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국민의힘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선보여야 하는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의원은 2일 혁신위원장 내정 발표 직후 “코마(의식불명) 상태의 국민의힘,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처한 위기에 대해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며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회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앞으로 의심과 회의, 저항과 힐난이 빗발칠 수 있지만 각오하고 있다”고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 인선부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후 “제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 큰 이견 없었다. 가능하면 10인 이내로 하는 것이 좋겠다”며 “원내, 원외, 외부 인사를 각각 3분의 1 정도로 해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계파인지는 제 관심사가 아니다.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도 결정했다. 그는 “(혁신위가) 최소한 60일은 보장돼야 한다”며 “만약 전대가 8월 중 마친다면 아마 신임 당대표와 (활동 기간이) 겹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분당을 찾아가기도 하는 등 2주 가까이 설득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도 끝내 당 혁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혁신위가) 제 아이디어여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멀어진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로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져 당 안팎의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당 쇄신을 공개 촉구했다. 주요 국면마다 당 주류의 대척점에 서면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됐으나 대선 경선 패배 후에도 김문수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보수 진영 내 재평가가 이뤄졌다. 그러나 대선 이후 ‘심리적 분당’이 거론될 만큼 계파 갈등으로 깊어진 상태여서 혁신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