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지명됐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물러나야 할 친윤석열계가 여전히 지도부를 장악한 채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 지도부가 당내 대표적 개혁파인 안 의원을 혁신 책임자로 지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안 의원 지명이 당의 쇄신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이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안 의원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구 출신 4선 의원이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왔고 때론 그들과 맞서기도 했다. 특히 당은 여전히 탄핵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안 의원 본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 ‘반대’ 당론을 두 차례나 거슬러 찬성표를 던진 대표적 찬탄파다. 그는 지난해 7월 채상병특검법 표결 때도 당내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 뚜렷한 소신이 있고, 해야 할 말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이번 혁신위에 기대를 걸게 된다.
혁신위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당이 탄핵의 강을 완전히 건널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도 이와 관련돼 있다. 앞서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필두로 한 5대 개혁안을 내걸었지만 친윤계의 반발로 끝내 의결이 무산됐다. 혁신위는 당이 더는 계엄이나 탄핵 사태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처절한 반성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이나 아스팔트 극우와 결별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영남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당의 세력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대대적 혁신도 요구된다. 그러려면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을 아우르기 위한 정책 노선 재정립과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특정 지역 출신이나 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당 선거제도나 공천제도를 손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 활동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변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안 의원은 어제 지명 뒤 “사망선고 직전 코마(의식불명) 상태인 당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쳐 쓰기 쉽지 않은 국민의힘을 살려내기란 말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선 창조적 파괴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설사 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혁신 한번 제대로 했다는 획기적인 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