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초청에 대통령실 “관련 사안 긴밀 소통”

입력 2025-07-02 18:42 수정 2025-07-03 00:05

중국이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 이른바 전승절 기념식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중국과 소통하겠다면서도 참석 여부를 밝히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가능한지 한국 정부에 문의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올해 기념행사에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며 “지난 70주년 행사에 한국 지도자를 초청했고, 참석해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방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대통령 참석 기대감을 밝힌 것이다.

대사관은 또 “올해는 중국 전승 80주년이자 한반도 광복 80주년으로 한·중 양국 모두에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며 “양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침략에 맞서 싸우며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중대한 기여를 했고, 그 역사에 대해 특별한 감정과 기억을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중국 9·3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를 포함해 한·중 간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며 “외교 채널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중 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내부적으로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구도가 공고화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통화했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셔틀외교를 재가동키로 합의했다. 한·일 관계 복원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해 열병식까지 진행되는 행사에 참석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대미 관세 협상까지 맞물려 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 국제적인 통상 압박 속에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거리 조절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유진영 정상 중 유일하게 2015년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선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시 주석의 참석이 필요하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전승절 참석과 불참 각각의 경우를 두고 명분과 실익을 계산하는 데 분주하다.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은 전날 방한해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는 “양국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동환 최예슬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