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20곳 중 10곳만 “하반기 투자 늘리겠다”

입력 2025-07-03 00:11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하반기 투자 규모를 상반기보다 확대하겠다는 대기업이 10곳 중 1곳도 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0곳 중 8.3%(10곳)만 상반기보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응답 기업 중 78.4%(94곳)는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고, 13.3%(16곳)는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기류라 할 수 있다.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감’(20.0%)과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20.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업사이클(호황) 진입 또는 업황 개선 기대’(16.7%) 응답도 뒤를 이었다.

반면 하반기에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2기 정책발(發) 불확실성 확대’(33.3%)를 가장 많은 이유로 들었다. 이어 ‘내수시장 침체 지속’(25.0%)과 ‘고환율 및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4.6%) 등 순이었다.

기업들은 하반기 투자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리스크로 ‘미·중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26.4%)를 꼽았다. 또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23.6%),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15.0%) 등 대외 요인들을 투자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투자에 대한 애로 요인으로는 ‘노동시장 규제 및 경직성’(18.6%),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18.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6.9%) 등을 들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을 타개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 모험적 투자를 토대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산업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시스템을 과감하게 전환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