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그냥 한 페이지 정도의 간단한 (관세) 서한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기존에 발표한 상호관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유예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들은 아예 무역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냥 숫자를 정해서 아주 간단하게 편지를 쓸 것”이라며 “한 페이지나 길어도 한 페이지 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는 오는 8일 종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예 기간 동안 각국과 무역 협상을 벌여왔는데 아직 영국 외에는 협상을 타결한 국가가 없다. 이에 따라 추가 유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트럼프는 최근 들어 관세를 일방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일본을 예로 들며 “우리는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나는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 하겠다. 그들은 매우 까다롭다”며 “이제 내가 할 일은 그들에게 편지를 써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당신들이 할 수 없기 때문에 30%든 35%든 우리가 결정하는 숫자를 지불하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는 일본에 24%의 관세율을 매겼는데 이보다 더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그들은 매우 버릇이 없다(spoiled)”며 “그들은 다른 나라들과 지난 30~40년 동안 우리를 등쳐 먹어서 협상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미국산 쌀과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무역에선 그들은 매우 불공정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문제 삼은 쌀과 자동차가 모두 민감한 품목인 일본은 연일 계속되는 트럼프의 압박성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피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가 불만을 나타내면서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