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한국과 호주, 새로운 발전 모색할 때

입력 2025-07-03 00:32

6·25전쟁 참전해 도왔던 호주
산업화의 핵심 파트너로 기여

이제는 단순 협력모델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 공유하는 단계

중국 편중 리스크 분산하고
방산기업 공동 개발·생산으로
상호 번영의 지렛대 강화해야

지난 6월 23일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북부 필바라에 있는 리튬광산을 방문했다. 작열하는 태양,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 온통 붉은 흙이 거칠게 드러나 극적인 색조 대비를 이루고 있는 그곳의 한낮 기온은 비록 남반구의 겨울이라지만 여전히 30도에 가까웠다. 겉흙을 걷어내자 노천에 드러난 하얀 리튬광을 거대한 굴착기가 굉음을 내면서 파내고 있다. 파낸 암석은 몇 번의 분쇄과정과 물을 통한 선별작업을 포함한 물리적 과정, 그리고 약품이 첨가되는 화학적 과정을 거치면서 수산화리튬 기준 약 6%의 스포듐석으로 바뀐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이 정제 광물은 재처리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차량 배터리용 리튬으로 거듭난다. 2021년 4월 설립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한·호주 합작법인이 하고 있는 사업 활동이다.

이같이 자원부국 호주는 우리와 보완적 산업구조로 오랫동안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컨대 포스코는 1971년부터 호주로부터 철광석과 석탄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1고로 가동을 앞두고 있던 이 기업은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절실했는데, 호주 정부와 호주탄광협회의 지원으로 좋은 조건의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포스코는 다양한 광물을 호주로부터 수입해 왔으며, 최근에는 현지에 직접 투자한 광산에서 철광석을 공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호주는 기술 지원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6·25전쟁에 참전해 가평전투 등 격전지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며 우리를 도왔던 호주는 이후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 과정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핵심 파트너였다.

이제 양국은 단순히 자원 수급에 의존하는 협력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가치사슬을 공동으로 구축하려는 구체적 전략을 함께할 대상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우선 리튬과 희토류, 니켈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물론 이를 정제, 가공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탈바꿈하는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이 필요하다.

양국 기업들이 특정 소재 기술 개발, 친환경 정제 기술, 탄소저감 공정 등에서 지식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오픈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 양국 기업이 중국 편중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험을 분산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마중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각협력을 활성화해 양국이 함께 제3국 내 정제, 배터리 셀, 자동차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과 호주 모두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자원 협력을 넘어선 분야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최근 방산산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호주 역시 국방 현대화와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 첨단 무기체계 도입 및 기술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 방산기업이 공동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 공동소유와 글로벌 시장 개척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호주는 우리의 다자협력 대상으로도 중요하다. 미·중 전략경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에서 우리는 유사 입장국들과 공급망 협약, 디지털 무역, 기술표준 등 새로운 규칙을 선도하며 시장 창출과 번영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호주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 파트너로 우선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공동 인프라 개발, 신재생에너지 투자, 디지털 전환 협력을 함께 추진한다면 한국과 호주는 함께 신흥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한편 해상교통로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행은 양국 모두에 필수적인 사안이다. 기후변화 대응, 해양 생태계 보호, 불법어업 단속, 디지털 해상 감시 체계 구축 등 포괄적 해양 안보 협력에서 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호주 협력은 이제 자원 교역을 넘어 기술, 안보, 규범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동맹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2021년에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에 구체적 협력방안을 계속 추가하고 성과를 도출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격변의 시대에 상호 번영의 지렛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