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판치르

입력 2025-07-03 00:40

현대전 양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보병이 적과 맞닥뜨려 고지를 뺏고 뺏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십~수백㎞ 떨어진 곳에서 발사되거나 이륙한 미사일과 드론·전폭기 등이 공격 첨병이다. 상대의 공격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국가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공망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러시아어로 갑옷이란 뜻인 ‘판치르’(Pantsir)는 러시아의 방공 무기체계를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목표물을 수십㎞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적외선 광학장비, 요격용 대공 미사일과 기관포 등을 한 차량에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치르-S1’ 시스템은 6대의 판치르 차량과 지휘·보급·유지보수 차량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1일(현지시간)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판치르를 평양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11월 이후 북한에 판치르 시스템을 제공했다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 감시 조직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발표를 통해 알려졌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실전 배치된 셈이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등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서둘러 판치르를 평양 방어에 투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10월 무인기가 평양 한복판에 전단을 살포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북한의 방공망은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첨단 방공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월 항공 전투·공습 대비 훈련을 현지지도하기도 했다. 북한 공군의 미그-29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과 활공유도폭탄을 발사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표적을 격추하는 훈련이었는데 이때도 러시아의 기술이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단순히 판치르 차량 몇 대가 북한에 제공된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반적인 방공망 기술이 이전되고 있다는 의미여서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