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강박적으로 통제한 삶… 욕심보단 하나님 말씀 따를 수 있길

입력 2025-07-05 03:12
10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남매끼리 살았습니다. 작은 일 하나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나 자연스럽게 완벽주의가 생겼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는 강박적으로 제 삶을 통제했습니다.

지금 저는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는데,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연차별 목표를 계획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여쭙기보다 “지금 시점에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합니다. 제 기도를 들어 주세요”라며 떼 부리는 기도만 했습니다. 제가 계획한 탄탄한 경력이 삶을 지탱할 힘이 돼 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 계획이 무너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5월 원하던 대로 더 큰 회사로 이직하고 인수인계 후 이틀이 지났을 때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방송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해고 사유도 명확지 않아 쉽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난 기도회에서 했던 고백이 떠올랐습니다. “주님, 제 삶이 구원에 쓰이길 원합니다. 사용해 주세요.” 삶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계획하며 살아온 저에겐 엄청난 고백이었습니다. 더불어 교회 여름 사역의 디렉터로 부름을 받은 터라 사역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해고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달이 지나 사역 일주일 전 정말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의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동안 면접에서 주일과 사역 일정 동안은 일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과 달리 주일 녹화도 가능하고 사역 일정은 “가족 여행이라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간절히 원하던 일 앞에서 그동안 세워온 기준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합격 소식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눌림만이 가득했습니다.

더욱이 여름 사역 3박 4일 동안 업무가 폭풍처럼 밀려와 사역에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업무를 처리하려고 혼자 숙소에 들어가 노트북을 켰지만 숨이 차며 눈물이 흘렀고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배 작가에게 연락해 ‘지금은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선배는 “여행 일정 동안 일 못 한다고 했어도 다른 작가보다 좋아서 뽑았을 텐데, 왜 된다고 했느냐”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욕심 때문에 분별하지 못해 일어난 일인지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욕심을 따르기보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결정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라수연 우리들교회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