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고전 맛집’의 세 번째 책인 ‘Good or God? 무엇이 선인가’(두란노)는 고전보단 신서(新書)에 가깝습니다. 미국서 2015년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기독 인기도서 작가 존 비비어인데요. 책은 ‘존 비비어의 순종’과 함께 그의 주요 저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저자에 관한 평은 갈리지만 책이 기독교인에게 던지는 문제의식은 명확합니다. ‘하나님의 선(善)과 내 기준에서의 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의 원제는 ‘Good or God?’으로 ‘선인가 신인가?’란 뜻입니다. 절대선인 하나님의 대척점에 악(惡)이 아닌 선을 놓다니, 뭔가 어색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제목으로 선과 신이란 양자택일 구도를 취하며 ‘선한 것도 하나님 뜻에 반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선한 의도라도 무조건 하나님의 뜻에 들어맞는 결과를 얻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일례로 에덴동산 속 선악과를 듭니다. 인류 최초의 여인인 하와의 시선에서 선악과는 ‘먹음직’스럽고 ‘보암직’하며 인간을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까지 합니다.(창 3:6) 선악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선악과는 선에 더 가깝겠지요. 하와는 선악과를 먹는 게 자신에게 이득일 뿐 아니라 선한 일이라고 여겼지만 결국 이로써 인류 전체가 파국에 치닫습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선악을 구분하는 건 일견 간단해 보이나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유럽 경구처럼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잠 14:12)이라는 말이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선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한다고 믿는다. 너그러움·겸손·정의는 선한 것, 이기심·오만함·잔인함은 악한 것. 이 둘을 구분하는 건 매우 간단해 보인다.…(그렇지만) 선한 것이 그렇게 명백하다면 왜 성경은 우리에게 ‘선을 알아보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히 5:14)고 가르치는가.” 뱀도 하와를 유혹할 때 험악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져 선악을 구별할 수 있다”며 선악과를 먹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하지요.
겉으론 쉽사리 구분하기 힘든 선과 악,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모든 일을 하나님 관점으로 볼 것”을 권합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최근 ‘주말의 명작’ 설교에서 이를 ‘가장 중요한 신앙 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님 관점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살피는 것이야말로 좋은 신앙인이 필히 갖춰야 할 태도”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관점으로 본 선의 특징 중 하나는 ‘거룩’입니다. 저자는 “거룩은 경건한 행동으로 나타나야”하며 “편의상 하나님 말씀 일부를 배제하면 안 된다”고 당부합니다. 또 삶에서 거룩함을 실천하기 위해 “하나님을 경외할 것”을 제안합니다. 하나님께 경외심을 품어야 “악을 미워하고 분별할 수 있으며 그분의 뜻에 즉각 순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관용구 가운데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응수하지 않을까요.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최선을 추구하고, 하나님 뜻을 분별해 정직하게 순종하라’고요. ‘좋은 게 좋은 것’과 하나님의 뜻, 둘 중에 어떤 길을 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