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포용금융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인식돼 왔다. 이에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주요 20개국(G20) 등에서 포용금융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서민금융 또는 포용금융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이유로 지금의 포용금융 체계로는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이다.
첫째, 신용 평점이 낮은 중신용자일수록 대출 기회가 더 적다. 저신용자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할 기회가 많다. 이와 달리 중신용자는 신용 평점이 낮을수록 대출 공백이 더 크다. 민간이 외면하고, 정부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중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을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 3개 인뱅이 은행권 민간 중금리 대출 신규 취급액의 45% 이상을 공급할 정도다. 5대 은행이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의 65%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3개 인뱅에 대한 의존도는 너무 과하다.
셋째, 차별적인 대출 접근성으로 서민의 고금리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는 신용 평점이 같더라도 어디에서 대출을 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최근 기준으로 신용 평점 951점 이상인 고신용자라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평균 금리가 5.0%를 약간 상회하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평균 금리가 14.0%에 이른다. 더구나 은행은 주로 대출금리가 10% 미만인, 저축은행은 대개 10% 이상인 신용대출을 취급한다.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10% 이상 대출금리를, 중저신용자인 경우 그 이상의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5대 은행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대출을 확대해야 해소될 수 있다. 저축은행권과 여신금융권은 포용대출 비중이 이미 99.0% 내외여서 추가 여력이 없다. 3개 인뱅도 개인 신용대출 잔액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달리 5대 은행의 포용대출 비중은 15% 안팎이다. 은행권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5대 은행은 그간 대출자산 건전성을 이유로 포용대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포용대출을 확대해도 무방할 정도로 충분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다. 5대 은행은 2019~2024년 매년 26조6000억~38조9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냈다. 2024년만 놓고 봐도 3개 인뱅의 15배에 이른다. 인뱅의 포용대출 비중이 30%이니 5대 은행은 이보다 더 많이 취급할 수 있다. 은행업 전체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고려해서도 5대 은행의 포용대출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은행권의 포용대출을 3개 인뱅에만 과하게 부담케 하는 것보다 충분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는 5대 은행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은행업 전체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더 건전하게 유지할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