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서남쪽 모서리에 자리 잡은 ‘땅끝’ 전남 해남군은 화원반도, 산이반도, 해남반도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화원반도는 해남군 서부에 있는 반도다. 이곳이 볼거리·즐길거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원반도 끝자락 구릉지 위엔 세계화를 꿈꾸는 한국형 친환경 관광단지 ‘오시아노(Oceano)’가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면적 507만3425㎡(약 153만 평) 규모로 오랫동안 추진해온 해남의 관광단지다. 이곳에 해남 최초의 4성급 호텔 ‘오시아노 해남126’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해남 윤씨의 고택인 녹우당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홑겹 건물을 배치하고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뜰(중정)을 마련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나무들을 심었다. 숫자는 호텔이 위치한 동경(東經) 좌표 126도에서 따왔다. 같은 이름의 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32년 만에, 기반 공사가 완료된 지 16년 만에 들어선 첫 호텔이다. 관광공사가 호텔을 지은 것은 강원도 강릉 주문진가족호텔 이후 23년 만이다.
건물은 서쪽 바다를 바라본다. 프런트 좌우의 카페와 식당의 서쪽 면은 온통 유리라서 바다 풍경을 전면으로 담는다. 120개 객실 모두 ‘오션뷰’를 자랑한다. 푸른 서해남부 바다 위에 가깝게는 닭섬·고도·우도가, 멀리는 장산도·안좌도 등의 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인피니티풀은 ‘바다 위의 바다’인 듯하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서해 섬 사이로 지는 노을이 일품이다.
오시아노 관광단지엔 가장 먼저 파인비치골프장과 오시아노캠핑장(180면)이 생겼다. 오토캠핑장과 축구장이 있고 배롱나무 경관숲도 어느 정도 모습을 갖췄다. 오는 10월 열리는 오시아노 캠핑관광 박람회는 캠핑푸드관, 로컬푸드관, 반려동물관, 국제관 등 테마별 특별 전시관을 운영한다. 캠핑용품 DIY, 바비큐, 밀키트, 농활, 세계캠핑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해남126호텔 오픈에 이어 2026년엔 반려동물 테마파크, 상가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오시아노 해수욕장에선 해수욕과 인근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주변에 볼거리도 다양하다.
호텔에서 북쪽으로 달려 화원반도 끝에 닿으면 옛 목포구등대(木浦口燈臺)가 반긴다. 폭 600m 바다 건너 목포시 달리도를 바라보는 화원면 매월리 언덕에 있다. 등대는 하나지만 두 개의 지역명이 따른다. 목포에서 35㎞ 떨어진 해남에 있지만 사실상 목포항으로 들어가는 배들을 위해 불을 밝히고 있어서다. 목포항의 입구에 위치해 ‘목포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등대로 가는 길목에 가로 5m, 세로 3m 크기 강강술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옆에 1908년 세워져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 구(舊) 등대와 바로 그 아래에 2003년 12월 세워져 목포항으로 입·출항하는 배를 길 안내하는 신(新) 등대를 함께 볼 수 있다. 두 등대 모두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특히 신 등대는 높이 36m로 힘차게 항진하는 범선을 형상화한 조형미가 압권이다.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품은 하얀 등대가 짙푸른 바다 위로 흩뿌려져 있는 서해의 섬들과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 보는 탁 트인 서해와 붉은 낙조가 장관이다.
남동쪽으로 내달리면 우수영관광지에 닿는다. 울돌목이 보이는 곳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바다가 운다’는 뜻을 가진 명량해협은 수심 20m, 유속 24㎞로 한국에서 조류가 가장 빠른 협수로로 알려져 있다. 울돌목 스카이워크를 걸으면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회오리치는 조류의 세기를 느껴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 옆으로는 명량대첩 당시 전함으로 쓰였던 판옥선이 재현돼 있다. 우수영관광지에는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도 있어 판옥선의 원리와 특징, 무기들을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가 다소 짧게 느껴졌다면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울돌목을 가로질러 진도에 넘어갔다가 오는 것도 좋다.
우수영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화원반도의 뿌리쯤에 해당하는 황산면 우항리에 ‘공룡화석자연사유적지’가 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세 종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라는 천연기념물 명칭을 얻었고, 세계 최초·최고·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익룡의 발자국 크기는 20~35㎝로, 발견된 화석 가운데 세계 최대다. 1000여 점의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은 약 8300만년 전에 생성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다.
해남=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