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 압박에… 美진출 한국 태양광·배터리 ‘위기감’

입력 2025-07-02 00:47

미국 의회에서 입법화가 진행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에 태양광과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을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한화큐셀을 비롯해 미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다.

1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상원에서 논의 중인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는 태양광·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보장했던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를 ‘2027년까지 가동을 완료한 기업’에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7년까지 전력을 생산·공급해야한다는 의미로, 법안이 현실화되면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당초 IRA는 2032년까지 세액공제를 유지하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달성 시점까지 혜택이 연장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미 주택·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큐셀이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솔라 허브’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IRA의 영향이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과의 가격 차이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IRA 혜택을 줬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텍사스주에서 태양광 사업을 확장할 계획인 OCI홀딩스 역시 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탓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OBBBA에는 중국 기업 등 ‘금지된 외국 단체’와 연계된 재생에너지 사업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미 중국은 태양광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 역시 추가 과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의 명승엽 PD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심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더라도 태양광 모듈에 있어서는 미국이 가장 비싼 시장이 될 것”이라며 “국내 내수시장에서라도 한국 기업들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OBBBA는 북미 생산 전기차에 적용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올해 9월 30일부로 종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외신들은 현대차그룹과 SK온이 조지아주에 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안이 한국 기업과 해당 지역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오는 4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라며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개별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민관이 공동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