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머 내각 1년…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 지지율 밀려

입력 2025-07-01 18:40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5일(현지시간) 집권 1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어 1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스타머 총리는 미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반이민 기조를 유지하는 ‘우클릭’ 행보로 안정성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민생고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 지지율 1위를 빼앗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0일 “스타머 내각은 출범 1년 차를 앞둔 시점까지 경기 부진과 공공 재정 부담, 외국발 위기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이제 노동당 의원들마저 스타머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며 “스타머가 더 과감하게 좌파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스타머의 정책이 진보와 보수 유권자 중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해 집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하원 650석 중 과반을 훌쩍 넘는 412석을 차지했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에 지지율 1위를 내줬다. 영국개혁당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전국 지방의회 1641석 중 가장 많은 677석을 휩쓸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 18일까지 3주간 전국 유권자 1만1500명에게 ‘지금 총선이 치러지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를 물은 조사에선 영국개혁당이 271석으로 집권하고 노동당은 178석으로 제1야당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안보·무역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스타머는 기민한 대응으로 외교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은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와 상호관세율을 10%로 방어하는 무역 합의를 가장 먼저 이뤄냈다. 또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집행부와 관계 개선에 합의하며 안보·경제적 활로도 열었다.

하지만 스타머는 경제 성장과 주택 보급 등 주요 공약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장애인·장기질환자에 대한 지원금 삭감, 연금 수급자 난방비 지원 폐지 등으로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합의대로 방위비를 증액하면 복지비 추가 삭감이 불가피하다. 정치평론가 스탠리 그린버그는 “스타머 내각이 지금의 방향성으로는 지지율 하락을 되돌릴 수 없다”며 “부유세 같은 좌파적 정책을 채택해 전통적 지지층의 표심을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