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가시화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중용됐던 주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사퇴했다.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검찰총장이 1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진동(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신응석(28기)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29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30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검찰을 떠났다. 심 총장은 검찰 간부들에게 “조직을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퇴진 이유를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대검 과장급 검사 등이 모인 자리에서 “총장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조직이 더 어려움에 처하거나 공격받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불거진 자녀 특혜채용 의혹,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의 비화폰 통화 의혹 등이 검찰개혁의 빌미로 작용하는 상황을 막고자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양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사의를 밝히면서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여권 중심으로 논의되는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방향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사법기관 간 책임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이리저리 헤매던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더 큰 마음의 화상을 입어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 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 상태도 솔직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수통’인 양 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2016~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 참여했다. 2022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승진한 뒤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냈다.
신 지검장도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길상지지(吉祥止止).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신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으로 역시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최근까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이른바 ‘건진법사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했다.
사의 표명 당일 의원면직 발표까지 이뤄지면서 검찰개혁을 앞두고 검찰 수뇌부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진수(29기) 신임 법무부 차관은 전날 취임 후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에게 인사를 예고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