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 상반기 10.8% 하락… 73년 이후 낙폭 가장 컸다

입력 2025-07-02 00:18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달러의 가치가 올해 상반기에만 11% 가까이 하락하면서 1973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20원 넘게 내렸다. 미국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과 부진한 선행 지표,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장중 한때 96.61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하락률은 10.8%에 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금본위제가 무너지면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1973년(-14.8%) 이래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올해를 108.53으로 시작한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13일 110.18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5개월 반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경제 정책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추락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달러 가치는 스위스 프랑 대비 14.4%, 유로화 대비 13.8%, 영국 파운드화 대비 9.7% 각각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함께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종가 1472.5원을 기록했던 환율은 지난 30일 종가 기준으로 1350원을 기록해 122.5원(-8.3%) 내렸다. 1분기 환율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국정 불안의 영향으로 1400원대에 머물렀지만 2분기 들어 세계적 ‘약달러’가 심화하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급격히 내림세를 탔다.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26일 발표한 ‘하반기 세계 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에서 “장기 선행지표 부진 조짐과 통상 환경 불확실성을 봤을 때 미국 경제의 위축 흐름은 불가피하다”면서 “성장세 둔화가 현실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재개되면 추가적인 약달러 압력이 생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중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29일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향후 5~10년간 미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에 대한 우려 수준’을 설문한 결과 ‘다소 우려한다’와 ‘매우 우려한다’는 응답이 각각 약 60%, 30%로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정책이 초래한 ‘셀 아메리카’ 현상에 더해 연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