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이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조사에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2일 현판식을 갖고 이를 포함해 16개 수사 대상 의혹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1일 “대상 사건이 많기 때문에 특정 한두 개 사건에 집중해서 수사한다기보다는 팀별로 균형 있게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균형 있게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범위가 방대하므로 특정 수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속도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과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사건으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꼽힌다. 사건을 조사해 온 금감원은 지난 4월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등 오너일가만 고발했다.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검은 지난 27일 검찰로부터 이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해병 수사 외압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수사 외압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받던 인물들이 속한 ‘멋쟁해병’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 전 대표가 2023년 5월 14일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틀 뒤인 5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 영부인 젤렌스키 여사를 접견했다. 그다음 날인 17일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 달 22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 공교롭게 이날 삼부토건도 포럼에 참석해 재건사업 관련 포괄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3년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을 논의하자 그해 5월 1000원대이던 삼부토건 주가는 7월 5500원까지 급등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전현직 사주 등이 수백억원 부당이익을 취득한 과정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지 이 과정에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이 개입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수사가 미진했던 양평고속도로 의혹 수사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종점 노선을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소재한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특검이 가장 속도를 낼 수 있는 사건으로 꼽힌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담은 녹음파일 수백 개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연루된 각종 의혹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도 규명할 방침이다.
박재현 차민주 박성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