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월 구독료 공짜”… 가짜 계정 만들어 접속

입력 2025-07-02 00:05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확산하면서 유료 모델을 공짜로 쓰기 위한 편법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구글, 오픈AI, 퍼플렉시티 등이 대학생 한정으로 무료 구독 혜택을 제공하자 일부 이용자들은 가짜 대학 메일을 만들어 인증하는 ‘꼼수’까지 동원하고 있다. 우회 접속을 활용해 요금제가 저렴한 해외에서 접속한 것처럼 꾸미는 ‘유튜브 망명’이 생성형 AI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1일 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대학생이 ‘구글 AI 프로’ 요금제를 15개월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지난 30일까지 제공했다. 미국 브라질 영국 인도네시아 일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학생이 학교 메일로 학생 인증을 하면 15개월 동안 프로 요금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용자는 프로 요금제로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와 동영상 생성 모델 ‘비오’ 등을 더 큰 용량으로 쓸 수 있다. 한국에서는 월 2만9000원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다만 구글이 한국을 이벤트 대상 국가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국내 대학생들은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자 거주지를 미국으로 설정한 계정을 만들고, 대학 이메일도 가짜로 만든 뒤 공짜 혜택을 받는 편법이 나타났다. 대학 이메일 인증은 일회용 이메일 주소 생성 사이트를 활용하면 된다는 ‘꿀팁’도 전수됐다. 온라인에는 가짜 대학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공짜 혜택을 받았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국내 이용률이 가장 높은 챗GPT는 지난 3~5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챗GPT 플러스’ 모델 2개월 무료 사용권을 제공했다. 다만 해당 혜택 역시 대상 지역이 미국과 캐나다에 한정돼 한국 대학생은 참여하기 어려웠다. 반면 퍼플렉시티는 한국 대학생들도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퍼플렉시티는 지난 5월까지 유료 요금제인 ‘프로’ 버전을 학생들에게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혜택을 진행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IP 주소를 해외로 바꾸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혜택을 받으려는 이유는 생성형 AI 모델의 월 구독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거나 정교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료 모델을 구독해야 하는데, 월 구독료는 3만원가량이다. 전문적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월 30만원 안팎의 고급 모델을 써야 한다. 요금제가 싼 국가로 IP 주소를 옮기는 유튜브 망명으로 월 1만4900원을 아끼는 것처럼, AI 망명이 비싼 요금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혜택은 국적과 상관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제미나이를 홍보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했는데, 미국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혜택을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혜택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