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이 근거리 유통채널의 새로운 매출 동력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편의점·생활용품점에서 간편하게 구매해 건강을 챙기는 루틴이 일상화되면서 생활밀착형 매장들이 건기식 전용 매대를 늘리고 있다. 소비 패턴과 유통 환경 변화에 약사 사회가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BGF리테일은 이달부터 편의점 CU에서 본격적인 건기식 유통 확대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10여종의 신규 제품을 이달 말 1차 출시하고, 주요 제약사와 협업해 CU 단독 상품군도 운영할 방침이다. 피로 회복, 면역 강화, 체중·피부 관리 등 일상 수요에 맞춘 하루·일주일 소용량 제품군이 중심이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건기식 매출은 2021년 전년 대비 5.3% 성장에 그쳤지만, 지난해 137.2%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관심도 높다. 최근 일주일간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전체 점포 중 약 32%에 해당하는 6000여개 점포 점주들이 건기식 도입 희망 의사를 밝혔다. CU는 이달 중 ‘건기식 특화점’을 지정해 인허가 등록을 완료하고 전용 매대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채널 확장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CU는 40여종의 건강 관련 상품을 한데 모은 건강식품 특화존을 전국 5000여점에 설치했는데 지난달 이 점포들의 건강식품 매출은 일반 점포 대비 3배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소포장 제품이나 숙취·피로 회복 등 기능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가 향상되고 소비 침체 국면에서 관련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건기식은 주요 소비층이 2030세대로 확대되며 필요할 때마다 가볍게 사는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이소와 CJ올리브영이 건기식 유통을 늘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이소는 지난 2월부터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제약사의 건기식을 본격 판매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너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해 피부·장 건강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약사 집단에선 “건기식도 복용 중인 약물·체질·질환에 따라 상호작용 위험이 있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약국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제약사들은 계열사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거나 브랜드명을 바꾼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며 매출을 챙기고 있다. 그럼에도 건기식 유통 구조는 근거리 판매 확대로 재편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이 유통 주도권을 지키려고 하지만 대세가 기울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