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우호 관계 확대를 추진 중인 한·일 양국이 악재가 가득한 ‘지뢰밭’ 7월에 돌입했다.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과거사 문제가 돌출할 가능성이 커 모처럼의 훈풍 유지를 위해 셔틀 외교 재개 등 속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한·일 관계에서 갈등의 불씨가 터질 수 있는 사안은 군함도(하시마섬) 문제다. 프랑스 파리에서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데, 이번에도 군함도 문제가 논의될지에 관심이 크다. 이곳에서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음을 명기하는 문제를 두고 양국은 10년째 신경전을 이어왔다. 일본은 한국 측의 요구를 반영한 후속 조치 보고서를 위원회에 네 차례 냈으나 소극적 조치에 그쳤다.
일본 방위성이 매년 7월 발간한 방위백서에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반복적으로 담겨 논란을 되풀이해왔다. 정부는 방위백서가 나올 때마다 이를 규탄하는 논평을 내거나 공사 초치 등으로 항의했다.
주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1일 “한·일은 지금 표면적으로 화해 분위기지만 내부에는 돌발 변수가 많은 상태”라며 “강하게 말하면 ‘위장된 평화 상태’다. 양측 모두 미국 협상 난제 등 우선적인 과제가 해소되면 한·일 과거사 문제가 또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일본 외무성에서는 “정상들끼리 친밀감을 보였다고 한·일 관계가 좋다고 볼 순 없다. 현안이 터져봐야 안다”는 말도 나오는 분위기라고 한다.
7~8월 중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주로 예대제가 있는 봄·가을에 이뤄진다. 7월에는 미타마 축제(영령 위로제)가 열리고, 8월에는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에 맞춰 참배가 행해지기도 했다.
양 교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첫 회담에서 말만 나온 셔틀 외교를 추진해 양국 정상 간 ‘빅 픽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오사카총영사를 지낸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나온 ‘국익’을 보면 역사적 정당성이 우리가 챙길 국익인지, 경제적 이익이 국익인지 그 무게가 다르다”며 “실용외교는 사안마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해놓은 게 아니기 때문에 노련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