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글로벌 AI 인력 쟁탈전… 유출 못 막는 한국

입력 2025-07-02 02:00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메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커넥트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AI 전문 인력 쟁탈전도 격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로부터 빼낸 인력을 바탕으로 ‘초지능 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 초지능 연구소(MSL)’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초지능은 인간과 같은 수준인 ‘범용인공지능(AGI)’을 뛰어넘는 AI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과학 연구력 등에 있어 월등한 능력을 보여 ‘꿈의 AI’로 불린다.

메타는 초지능이라는 먼 미래의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우선 공격적인 인재 흡수 전략을 쓰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연구소 설립을 위해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19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 회사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MSL 수장으로 영입했다. 깃허브 CEO 출신인 냇 프리드먼도 MSL에 합류했으며, 연구에 참여할 AI 연구원 상당수는 오픈AI에서 넘어왔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2명과 앤스로픽 출신 연구원 1명도 포함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메타가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이직 시 최고 1억 달러의 보상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사 마크 첸 최고연구책임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지금 누군가 우리 집에 침입해 무언가를 훔쳐 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2~3년간 오픈AI는 구글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핵심 멤버를 다수 채용했고, 반대로 오픈AI 연구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클로드’ 운영사 앤스로픽으로 대거 이동했다. 반면 한국은 이런 인재 쟁탈전에서 사실상 주변부로 밀리는 모습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HAI) 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만명당 AI 인재 순유출입수 -0.36명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새로운 기술 표준이 됐을 때는 이미 늦는다”며 “AI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투자를 지출로 보는 관점을 버리고 10년, 20년 뒤 대비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