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필리핀 등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전역)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개념을 시행할 것이라고 필리핀 정부가 밝혔다. 시어터는 군사 용어로 전쟁 구역을 의미한다.
지난 30일(현지시간) 필리핀 일간 마닐라스탠더드에 따르면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브리핑에서 “육지 국경이 없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단일 작전 지역으로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구역에 한반도는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가 단일 전역 개념을 실제 운용 중이며, 미·일·호주·필리핀 4개국의 비공식 안보 협의체 ‘스쿼드(Squad)’가 오는 12월 이 구상을 시행하기 위한 조정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이는 이미 운용 중인 개념”이라며 “다른 합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3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단일 전역으로 묶는 원 시어터 개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남중국해 등지에서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염두에 둔 구상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원 시어터가 지칭하는 지리적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한반도가 일본 전역 구상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한반도가 단일 전역에 포함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이 투입되거나 한반도 분쟁 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