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쏠림 차단, 공급 및 대체 투자 시장 확대라는 양 갈래 방향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갭투자와 상급지 쏠림 현상은 차단하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등 징벌적 세제를 통한 매매 유도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식시장 등 대체 투자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택, 부동산 문제 때문에 약간의 혼선과 혼란이 있었다”며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자꾸 주택이 투자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며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 취임 전후로 서울 등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 27일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6억원 아래로 제한하는 강경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잔금 대출에까지 규제를 적용하고,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다. 이는 갭투자와 강남 등 상급지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처방이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 중 하나인 세제 강화를 통한 부동산 매도 유도 정책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는 좀 어렵다”며 “이 대통령도 집값은 세금으로 잡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신 바 있다”고 말했다. 또 “(3기 신도시 등) 착공 가능한 지역부터 신속하게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부족하면 추가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 의사도 드러냈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꾀하기 위해서다. 징벌적 세금으로 매매를 유도하거나, 반대로 급등세를 방치해 투기 수요가 몰리면 시장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즉각적으로 규제를 내놓기보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전임 정부에서 확인하지 않았느냐”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직무대행 등 비교섭단체 야 5당 지도부와 오찬을 갖고 경제 상황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