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각종 관세 부과에도 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0.03% 감소하는 데 그쳤다.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다만 이달 9일 미국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밀어내기’ 수출로 감소 폭을 줄인 데다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해 하반기 수출 전망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6월 수출은 전년 대비 0.03% 줄어든 3347억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상반기 수출액 기준 2022년, 2024년에 이은 세 번째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6% 줄어든 3069억 달러였고, 무역수지(수출-수입)는 278억 달러 흑자로 2018년 상반기 이후 최대다. 6월 수출액도 59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역대 6월 중 최대를 기록했다.
미 관세 여파는 품목과 지역별로 달랐다. 품목별로는 현재 상호 관세 면제인 반도체 수출이 11.4% 증가한 733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컴퓨터(12.6%), 선박(18.8%), 바이오헬스(11.0%)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호 관세 유예 종료(8일) 및 품목 관세 확대에 앞서 미리 수입하려는 미국 내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9대 지역 중 미국(-3.7%) 중국(-4.6%) 등 4개 지역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품목 관세(25%) 대상인 자동차는 상반기 대미 수출액이 153억4000만 달러로 16.8% 급감했다. 대중 수출도 반도체(-9.6%)와 일반기계(-4.8%), 디스플레이(-5.7%)를 중심으로 주춤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주춤하며 우리의 대중 수출도 줄어드는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 수출은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서 정책관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자동차, 철강 외 품목도 계약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