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다. 존재를 인정받고,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은 조금 다르게 태어나는 것 같다. 타인에게 자신을 열고 타인의 고유성을 껴안는 행위는 나를 넘어 너에게로 향하는 존재론적 운동이기에 오직 순수한 의지로서만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받는 사랑이 수혜자의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주는 사랑은 시혜자의 자아 확장에 가깝다.
주는 사랑은 외부의 대상을 향한 감정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닿는다. “사랑을 주고 싶다” 느끼는 순간 내면 깊이 아직 따뜻한 자리가 남아 있음을, 사람을 믿고 싶다는 희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므로. 본디 사랑은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 이해이고, 수용이고, 확장이기에 비움으로 오가는 감정이 아니라 채움으로 나누는 감정이다. 그러나 주는 사랑은 때로 결핍에서 비롯된다. 내밀한 관계에 목말라하고 외로움과 공허함을 누군가 채워주길 바란다. 하지만 받기 위해 주는 사랑은 기대를 동반하고, 기대는 실망과 상처라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수용한 사람은 충만한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으로 타인을 헤아릴 수 있다. 자신을 온전히 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에게 가닿는 경이를 품는데 주는 사랑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나로 인해 한 번 더 웃을 수 있기를, 살아가는 날이 조금 더 평온해지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은 자신의 영혼을 풍성하게 채워온 사람만이 발산해 내는 따스함의 잔광이다. 어쩌면 인생에 찬연함이 깃드는 순간은 사랑으로 하여금 살아 있음을 느끼는 때가 아닐까. 이기를 지우고 베푸는 무구하고도 선량한 마음은 보통의 존재인 우리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찰나의 삶에서 내가 나로서 가장 빛날 수 있는 방법 또한 그런 사랑을 세상에 건네는 것이리.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