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는 팔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잘려나간 팔도 스스로 만들어 살아난다. 중앙이 없어도 각 지체가 자생력을 가진다.
이상훈 미국 미성대(AEU) 총장은 30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3회 프레시 콘퍼런스 주제 강연에서 “한국교회도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속으로 흩어져 선교적 사명을 스스로 감당하는 ‘불가사리 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는 교회가 예배당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파송된 존재로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론이다. 이 총장은 전통적인 한국교회의 구조를 스파이더 모델로 비유했다. 거미 조직은 중앙의 머리가 잘리면 죽는다. 중앙 리더십이 전략을 짜고 모든 부서가 그 틀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불가사리 조직은 중앙이 없어도 각 지체가 스스로 살아나며 새로운 몸을 만들어간다. 이 총장의 말이다.
“초대교회는 이미 그런 모델이었습니다. 1~3세기 교회는 건물도 권력도 없었지만 모든 성도가 선교적 에이전트로 살았습니다. 이런 구조였기에 복음은 울타리를 넘어 예루살렘에서 유대와 사마리아, 땅끝까지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총장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고정조직을 해체해야 한다. 교회를 해체하라는 게 아니라 사고를 해체해야 전환점이 생기고 진짜 변화는 거기서부터 재구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교회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 것 위에 새로운 것을 계속 장착한다. 그럴수록 교회는 무거워지고 새로운 비전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불가사리처럼 각자가 흩어져도 다시 이어지는 살아있는 몸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북미에서도 모델로 꼽히는 선교적 교회들에서 찾아낸 10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젊은 리더십, 모험적 교회 개척, 팀 리더십, 지역사회 돌봄, 예수 중심 가치, 성령 중심 사역, 포용 공동체, 문화 활용, 세대와 시대에 맞춘 성육신적 사역, 하나님 나라 중심 연대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레시 콘퍼런스는 ‘미셔널: 하나의 교회, 모든 세대, 모든 문화’를 주제로 국내외 7개국 191개 교회와 단체에서 170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사흘간 주제 강연과 선택 강의, 저녁 집회가 이어진다.
이번 콘퍼런스는 단순히 강연으로 배우고 머리로만 깨닫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사흘간 두 차례 진행되는 저녁 집회는 그 증거였다. 이날 저녁 집회에서는 “함께 찬양하실 분 앞으로 나오라”는 찬양인도자의 부름에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10여m 공간의 무대 앞을 가득 채웠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세대를 아우른 참가자들은 손을 들고 통성기도로 눈물을 흘리며 뜨겁게 찬양했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무대 앞으로 뛰쳐나갔다는 김덕규(27)씨는 “배가 고프면 허겁지겁 음식을 먹듯, 영적인 갈증을 주님 가까이 가서 채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녁 집회 강연자로는 사티쉬 쿠마르 인도 하이데라바드 갈보리템플 목사와 황덕영 새중앙교회 목사가 나섰다. ‘우리가 왜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말씀을 전한 쿠마르 목사는 “여러분은 정말 지옥이 있다고 믿느냐”라는 도전적인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지옥의 존재가 믿기지 않아 하나님께 ‘정말 지옥이 존재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그때 하나님은 ‘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독생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겠느냐’라는 답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쿠마르 목사는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유는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함”이라며 “하나님이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실 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메시지를 전한 황 목사는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님이 부흥을 일으키시고자 보낸 사인”이라고 독려했다. 황 목사는 “변화된 선교의 흐름은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초대교회의 선교적 원동력은 일상적 복음 전파자로 살았던 평신도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성도가 선교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이현성 박윤서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