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윤의 “평화적 계엄” 깰 ‘사전모의 시점’ 규명 집중

입력 2025-06-30 18:41 수정 2025-06-30 18:43
노란 포토라인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 준비돼 있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일 오전 9시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조사 일정을 미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권현구 기자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사전모의 의혹과 관련해 집중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특검은 사전모의 의혹 규명이 이뤄져야 이른바 야당의 정치 횡포를 알리기 위한 평화적 계엄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깰 수 있다고 본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언제부터 계엄을 사전모의하며 의견을 공유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조사 일정을 놓고 윤 전 대통령과 특검 간 기싸움 탓에 2차 조사가 언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노 전 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소장에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9일 경기도 안산의 햄버거집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면 내가 단장을 맡을 예정이다’고 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사전모의 의혹의 핵심 정황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지난해 11월 24일 윤 전 대통령 발언 수위가 고조됐고 이후 김 전 장관의 본격적인 준비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있다. 노 전 사령관의 ‘햄버거 회동’ 발언 때보다 15일 늦은 시점이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 수첩,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햄버거 회동 이전부터 계엄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윤 전 대통령 등의 공소장에도 지난해 3~4월 삼청동 안가 모임과 김 전 장관의 국방부 장관 임명 등이 사전모의 정황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사전모의 의혹을 부인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첫 재판에서 “지난해 봄부터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는 주장 자체가 코미디”라며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도 “(사전모의 부분은) 예단을 주기 위해 공소장에 불법적 기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사전모의와 관련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의 연결고리, 이들과 윤 전 대통령 간 공모 정황을 밝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등의) 공소장만 보더라도 사전모의 과정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 모의 시점 등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특검의 핵심 관련자 신병 확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군검찰은 특검과 협의해 지난 23일 두 사람을 추가 기소하며 군사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특검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노 전 사령관 추가 구속도 요청한 상태다.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1일로 통보한 소환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출석을 통보했다고 출석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출석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출석 불응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며 오는 5일로 소환일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지영 특검보는 “기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출석에 불응하면 이번주 중 재차 소환을 통보하고 그때도 응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이 정한 마지막 단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석 불응 시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미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