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장까지 멈추는 현대제철, 업황 개선 실낱 기대도

입력 2025-07-01 00:16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사진은 가동 중단을 앞둔 인천 동구에 있는 인천공장 전경. 연합뉴스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에 이어 인천공장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시설 보수 작업을 이유로 설명하지만, 경기 악화로 철강업 불황이 극심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오르는 여름철 전력 사용을 줄이고 감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중국의 철강 감산 등 대외환경이 변하면 철강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길 전기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 철근공장의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인천 철근공장은 지난 4월에도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감산을 위해 한 달간 전면 셧다운 한 바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생산 중단은 4월 공장 셧다운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해마다 해온 생산시설 대보수를 위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당진공장에 대해서도 지난 2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17일간 여름철 대보수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동국제강도 오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인천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같은 철강업계의 잇따른 공장 가동 중단은 철강업계의 불황과도 맥이 닿아있다. 철강은 건설이나 자동차, 가전 등 다른 산업의 기초소재가 되지만, 그만큼 관련 업계의 업황이 악화할 경우 그 직격탄을 맞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수년째 계속 침체되다 보니 건자재에 주로 들어가는 봉형강 등은 아무리 생산을 해도 판매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할증까지 되는 여름철에는 원가 부담까지 커져 생산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근 생산 1·2위 업체가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건 공급을 줄여 가격을 조절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충격과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쳐 업황이 악화하면서 2022년 1조6165억원이었던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190억원 영업손실로 곤두박칠쳤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7일 포항2공장에 대해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무기한 휴업 기간에는 근로자에게 급여의 70%만 지급된다. 또 1986년부터 시작했던 굴삭기용 무한궤도 사업도 정리하기로 하고 무한궤도를 생산하는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도 진행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다만 최근 중국 바오산강철이 감산을 선언하는 등 하반기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이 해소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 업황이 개선될 거란 기대도 감지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