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계열사 자금으로 운용자산을 늘리거나 유사한 ETF를 출시하며 경쟁사보다 운용보수를 낮추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운용사 간 과도한 점유율 경쟁을 경고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임기만료로 6월 초 물러난 뒤 경쟁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업계 4위 KB자산운용의 ETF 운용 규모는 16조3585억원으로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16조4112억원)과의 격차가 527억원으로 좁혀졌다. 한 달 전인 5월 27일 기준 격차(2279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 24일 KB운용이 상장한 ‘RISE(라이즈)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 ETF’가 단기간 몸집이 불리면서 3위와 차이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운용자산 3600억원으로 상장한 RISE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는 25일 1700억원, 26일 800억원, 27일 3000억원의 자금이 차례로 유입되며 순식간에 9100억원으로 운용자산이 불어났다. 최근 일주일 기준 가장 많은 돈이 유입된 ETF로 꼽힌다. 금투업계에서는 이번에 유입된 돈을 시장 점유율 3위 탈환을 위한 KB금융 계열사의 자금 지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간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 규모는 6억8600만원에 그쳤다. 다만 KB운용 관계자는 “증권사 등 외부 기관 자금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보수 인하 경쟁도 재개됐다. 한투운용은 현재 연 0.50%인 ACE(에이스) KRX금현물 ETF 운용보수를 인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4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TIGER(타이거) KRX금현물 ETF를 출시하면서 운용 보수(연 0.15%)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제시하면서다.
미래운용의 업계 최저 운용보수 책정은 지난 17일 삼성자산운용이 KODEX(코덱스) 금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운용보수를 연 0.3%로 제시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TF 업계 1위와 2위인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은 올해 2월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지수 추종 ETF 운용보수를 놓고도 인하 경쟁을 펼쳤다. 코스피·코스닥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서도 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예고했으나 금융 당국 제동으로 중단됐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